[사회 혁신] 회복을 넘어 사회 통합으로: 이탈리아 산 파트리냐노의 혁신적 공동체 모델
“정부 보조금 없이 72%의 재활 성공률을 기록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탈리아 리미니 언덕에 위치한 유럽 최대의 재활 공동체, 산 파트리냐노(San Patrignano)를 조명합니다. 마약 중독이라는 절망을 와인, 치즈, 디자인 등 50여 개의 전문 사업단 활동을 통해 희망으로 바꾸는 현장. 최중석 교수가 직접 체험한 이들의 자립 경영 원리와 ‘회복-재활-재진입’으로 이어지는 3R 시스템의 정수를 분석합니다.
이탈리아 산 파트리냐노 공동체의 시작
이탈리아 산 파트리냐노(San Patrignano) 공동체는 지난 40년 이상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주거형 공동체 운영을 통하여 약물 중독과 소외로 고통받는 젊은이들의 회복과 사회 재진입을 돕는 사회공동체이다1.
1978년 빈센조 무치올리(Vincenzo Muccioli)가 이탈리아 리미니(Rimini) 언덕의 작은 이동식 주택에서 시작한 산 파트리냐노는 2021년 현재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약물 중독자 재활을 위한 합숙 공동체로 발전하였다. 산 파트리냐노는 젊은이들에게 완전히 무료로 현대의학의 처방에 기대지 않고 직업훈련을 통하여 중독으로부터 회복과 사회 재진입을 돕고 있다.
산 파트리냐노는 지난 40년 이상 동안 2만 6000명 이상의 중독 문제가 있는 청년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으며 3년 동안 진행되는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의 회복률은 일반적인 수치 대비 3.5배 이상에 이른다.
산 파트리냐노의 접근 방식은 전적으로 개인을 기반으로 하며, 개인 및 직업적 성장을 위한 장소와 공간을 제공하여 마약 없는 삶을 구축하고 프로그램 완료 시 사회적 복귀를 지원한다. 지역사회는 미래의 삶에서 사회의 생산적인 구성원으로 거주하고 자립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방법으로 교육 및 직업 훈련에 투자한다.
이 공동체에는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미성년자, 임산부, 아이가 있는 엄마도 참석하고 있으며 그들의 요구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특수 주택도 만들어졌다. 또한 교도소의 마약 범죄자를 위한 치료, 회복 및 사회 통합 직업 훈련 및 생활 기술도 제공한다.
이탈리아 산 파트리냐노 공동체 탐방
2019년 8월 어느 더운 여름날, 몇 가지 가설과 막연히 한국의 지역공동체 혹은 사회적협동조합의 규모를 생각하고 찾아간 이탈리아 리미니 언덕의 산 파트리냐노 합숙형 지역공동체는 역사도 오래되었지만 그 규모도 매우 놀라울 정도로 컸다. 1300여명의 참가자와 300여명의 실무자 및 자원봉사자가 소위 ‘3R(Rehabilitation for Recovery and Reinsertion)’이라고 일컫는 ‘회복과 사회재진입을 위한 재활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었다.
공동체의 전체 넓이는 2.63㎢에 이르는데 곳곳에 포도농장, 와인공장과 저장고, 동물축사 및 치즈·우유·미트 생산공장, 채소농장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빵집, 건축, 도축, 콜센터, 목공, 커뮤니케이션, 장식, 전기, 배관, 치과, 영농, 그래픽 디자인, 주방, 세탁, 메디컬 센터, 공원관리, 마구간, 피자, 레스토랑, 직조, 와인생산 등 50여개 사업단의 작업 공간과 사무실, 숙소 및 식당이 위치하고 있었다.
2015년 기준 참가자는 1127명(남자 911명, 여자 216명, 2021년 현재 1200명 참석 중), 실무자는 174명, 강사 160명, 자원봉사자 122명이 일하였다. 자원봉사자의 규모가 눈에 띄며 특히 디자인, 벽지, 가방 등 생활 및 여성용 소품을 생산하는 사업단에는 유명한 디자이너 및 외부 단체의 재능 기부가 함께하고 있어서 높은 품질과 브랜드 명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오전 9시부터 각 공동체 작업장을 둘러보고 참가들과 대화하기를 오후 4시까지 돌아다녔는데도 반 정도도 돌아보지 못하였다. 특히 공동체에서 생산한 제품의 판매로 전체 운영비의 60%를 조달하고 있으며 나머지 운영비의 40%에 해당하는 재원은 기부금을 통하여 조달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 수령 시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행정 편의주의와 산출물 중심의 평가가 경영의 본질을 훼손할 것을 우려하여, 이들은 철저한 ‘자립 기반의 독립 경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탈리아 산 파트리냐노 공동체의 성장과 사회적 영향
초창기 조그만 시설과 지진 후 기증된 이동식 주택으로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사회적협동조합’ 및 ‘농업협동조합’, ‘학교·교육협회’와 ‘스포츠협회’의 4개 조직이 각자 영역에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치료·재활의 모든 활동을 담당하고 노동·사회 통합을 목표로 일하며 농업협동조합은 이탈리아 국가규정에 맞춰 지역사회의 모든 농업 및 식품 활동을 운영한다. 학교·교육협회는 이탈리아의 교육규정을 준수하고 학력이 인정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스포츠협회에서는 참여자들이 국내 및 국제 축구, 농구, 배구 및 육상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며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공동체 모니터링 및 감시 조직을 통한 조직운영의 투명성 및 공공성 유지와 재정적·도덕적·국제적 활동 및 사회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한 재단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상호 작용’, ‘호혜중심’, ‘선배코칭제도’, 현대의학의 약물 처방 대신 ‘노동의 가치’와 ‘정신적 회복 탄력성(Mental Resilience)’에 집중한다. 중독자를 환자가 아닌 ‘잠재적 전문가’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 기본과 본질에 충실한 운영 원리를 통하여 72%(보통의 경우 20%)라는 높은 재활률이 성과를 거두었다. 단순한 직업 훈련을 넘어, 사회적 주택과 일자리를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노동 통합’에서 ‘완전한 사회 재진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임팩트 체인을 완성하고 있다.
아울러 공동체는 매년 약 5만 명의 학생들에게 ‘위프리(WeFree) 프로젝트’를 제공하여 마약의 비극에 빠지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 내용은 첫째, 학생들이 공동체를 방문하고 공동체는 이탈리아 전역의 학교를 방문하여 토론하며, 둘째, 남녀가 마약 중독자의 삶과 성장의 어려움을 겪었던 쇼와 연극을 진행하여 공감하고, 셋째, 연극과 춤, 역동적인 토론의 ‘Riflessi(심리) 워크숍’이 있다.
그리고 넷째, 이탈리아 전역에서 수천 명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참석하는 ‘위프리 데이(WeFree Days)’, 그리고 다섯째, 경쟁 혹은 비경쟁 달리기, 도보, 사이클, 산악자전거 경주의 ‘위프리 런(WeFree Run)’ 행사를 통하여 건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중독이 없는 삶을 받아들이며, 지친 순간에 서로를 지지하고 작은 기쁨을 나누며, 긍정적인 생활 방식과 지역사회에 구체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예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SSMR 비즈니스 인사이트
1. 실무적 시사점: ‘높은 품질’이 곧 ‘최고의 복지’다
산 파트리냐노의 와인과 가방이 시장에서 명성을 얻는 이유는 ‘불쌍해서’ 사주는 것이 아니라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니다.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의 격을 높인 것은 사회적 기업 실무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사회적 가치(S)는 반드시 압도적인 제품 경쟁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해집니다.
2. 경영적 통찰: 보조금의 덫을 피하는 ‘자립적 거버넌스’
국내 많은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정부 과제에 매몰되어 본연의 사명을 잃곤 합니다. 산 파트리냐노가 운영비의 60%를 자체 수익으로, 40%를 순수 기부금으로 충당하는 모델은 ‘경영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경영자는 시스템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외부 지원이 사명을 간섭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거버넌스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 EU(2017), “Triple R(Rehabilitation for Recovery and Reinsertion): ‘Manual on rehabilitation and recovery of drug users’ and ‘Handbook on social reintegration of recovered drug users’”.; 산 파트리냐노 홈페이지(2021), “‘https://www.sanpatrignano.org/en/’ and ‘https://www.wefree.it/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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